동국대 경주캠퍼스 티벳대장경역경원은 지난 2일 사이토 아키라교수 초청 강연 및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사진제공=동국대 경주캠퍼스 |
사이토 아키라 일본 국제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강연
“인문학 영역에서 번역은 매우 중요합니다. 종교사상 및 철학문헌을 번역하는 경우, 특히 핵심적인 전문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이토 아키라(齊藤明) 일본 국제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2일 동국대 경주캠퍼스 티벳대장경역경원(원장 진옥스님)이 주최한 심포지움에서 불교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이토 아키라교수는 1951년 발족한 세계 최대 규모의 불교학회로 일본과 한국 등 세계 각국의 불교학자들이 참여한 인도학불교학회장을 역임한 저명인사이다. 사이토 아키라 교수는 일본 불교학자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10년 넘게 한문 불교 용어를 현대어로 번역하는 '바웃다코샤 프로젝트'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이날 사이토 아키라 교수는 ‘불교 번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한역(漢譯)과 티벳역을 중심으로’란 주제의 강연에서 ‘좋은 번역’의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용어의 정확한 이해와 적절한 용어의 선택이다. 그는 “번역자는 충분히 신뢰할만 하고 번역이 훌륭해질 수 있는 번역어를 선택해야 한다”며 “기존 용어에서 적절한 것을 찾을 수 없으면 음역(音譯)을 하거나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이토 아키라 교수 |
사이토 아키라 교수는 한역(漢譯)과 티벳역이 지닌 각각의 특징을 설명했다. 한역에 있어 4세기 남북조시대까지 번역 신뢰도 등의 문제들이 있었고, 노장(老莊) 사상이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도안(道安)스님은 오실본삼불역(五失本三不易)을 현장(玄奘) 스님이 오종불번(五種不翻)을 번역 방안으로 제시했다. 오실본삼불역은 경론 번역시 어순이나 되풀이되는 구절의 단순화 같은 ‘피할 수 없는 다섯 가지와 유의점 세 가지’이다. 오종불번은 의역보다는 음역을 제시하는 것이 타당한 다섯 가지 사례이다.
사이토 아키라 교수는 티벳역의 특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경전과 문화의 수용에서 티벳과 인도(부분적으로는 중국)는 깊은 관련이 있다”면서 “티벳 번역은 티벳이 불교문화를 직접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축어적인 의역이 많고, 티벳 번역가들의 질적(質的) 차이가 적다고 했다.
이날 심포지움에서 사이토 아키라 교수는 “유감스럽게도 일본인들이 직접적으로 경전을 읽거나 불교 사상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불교의 사상적 이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경전에 대한 논서와 주석의 학식 있는 스님들이 공부하는 것으로 여겼으며, 서민들은 경전을 직접 접할 기회가 적었다고 했다. 더불어 산스크리트어나 빨리어 보다는 중국문헌이나 한역본을 우선시하는 전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이토 아키라 교수는 “불교의 사상적 이해를 위해서는 사상의 역사적 배경을 염두에 두면서 각각의 문맥 속에서 술어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며 “다른 번역들 간의 미묘한 의미차이, 뉘앙스, 용례를 고려하면서 최대한 적절하고 이해하기 쉬운 동의어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움에 논평자로 참석한 안성두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사이토 아키라 교수가 진행하는 ‘<구사론(俱舍論) 5위 75법의 현대어 번역’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현대어로 바꾸어 불교사상의 풍부함을 보여주면서 불교술어가 가진 심리적 의미를 다시금 소생시키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사론>은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의 줄인 말로 5세기 무렵 인도의 바수반두(Vasubandhu,세친, 世親)가 지은 불전(佛典)으로 당나라 현장스님이 한역했다.
차상엽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교수는 논평에서 “철학적 혹은 수행론적인 맥락에서 중요한 불교용어에 대한 정의와 주요한 용례집을 작성해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것을 바탕으로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표준 번역어를 현대어(일본어와 영어)로 제시하고 있다”고 사이토 아키라 교수의 연구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음역과 신조어 사례 음역 = 보살(bodhisattva), 아라한(arhat), 삼매(samādhi), 붓다(Buddha), 열반(nirvāṇa) 신조어 = pratītya-samutpāda(연기,緣起), buddhadhātu( 불성,佛性), vīrya(정진, 精進), sattva(중생, 衆生) |
[불교신문]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